국가간 상호의존관계는 왜 발생하는가?
I. 경제학적
원리
태고의 인류는 자급자족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오늘날 수백만명의 사람들과 수백의 국가들은 각각 상호간에 교류를 하며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가간 상호의존관계가 발생하는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어느 마을에 농부와 목장주인이 각각 하루에 8시간씩 일하며 이 시간에 감자를 재배하거나 혹은 가축을 돌본다는 가정을 해보자.
농부는 감자 1개 생산하는데 15분이 걸리고, 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60분이 필요하다.
목장주인은 감자 1개를 생산하는데 10분이 걸리고, 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20분이 걸린다.
이것을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표1> 농부와 목장주인의 생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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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분) |
8시간 일할 때의 생산량 (kg) | ||
고기 |
감자 |
고기 |
감자 | |
농부 |
60분 |
15개 |
8kg |
32개 |
목장주인 |
20분 |
10개 |
24kg |
48개 |
여기서 목장주인은 고기 1kg을 얻기 위해 20분을 일해야 하지만 농부는 60분을 일해야 한다. 반대로 감자 1kg을 생산하기 위해 농장주인은 10분을 일해야 하지만 농부는 15분을 일해야 한다. 이처럼 어떤 재화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생산요소의 양이 더 적은 생산자가 가지는 능력을 경제학에서는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라고 한다.
한편 하루 8시간의 제한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생산요소(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하나를 얻기 위해 포기하는 것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감자 1kg를 생산하기 위해 농부는 15분을 일해야 하지만 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 그는 60분을 일해야 하기 때문에 15분 동안 일한다는 것은 그에게 고기 1/4kg을 생산한 시간과 같다. 따라서 농부에게 감자 1kg의 기회비용은 고기 1/4kg과 같다.
<표2>고기와 감자의 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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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비용(1kg당) | |
고기 (단위:감자) |
감자 (단위 : 고기) | |
농부 |
4 |
1/4 |
목장주인 |
2 |
1/2 |
여기서 특화와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례를 한번 살펴 보도록 하자.
농부는 하루 종일 감자만 생산하였을 때 32kg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목장주인은 하루 종일 고기만 생산하였을 때 24kg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서 농부의 감자 중 15kg과 목장주인의 고기 7kg을 교환한다면 두 사람이 아무것도 교환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고기와 감자의 양이 증대된다.
이것을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표3> 거래의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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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없는 경우 |
생산과 소비 |
거래의 이득 | ||
생산과 소비 |
생산 |
거래 |
소비 |
소비증가 | |
농부 |
고기 4kg |
고기 0kg |
고기 5kg를 받고 |
고기 5kg |
고기 1kg |
감자 16개 |
감자 32개 |
감자 15개를 준다 |
감자 17개 |
감자 1개 | |
목장주인 |
고기 12kg |
고기 18kg |
고기 5kg를 주고 |
고기 13kg |
고기 1kg |
감자 24개 |
감자 12개 |
감자 15개를 받는다 |
감자 27개 |
감자 3개 |
이처럼 농부와 목장주인은 서로 강점인 부분에 특화 해서 분업했을 뿐인데 놀랍게도 총 거래의 산출량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자유거래의 이득(gains from trade)’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리는 과거 초기 경제학자들에게 매우 신기하게 인식되었으며 애덤 스미스는 그의 대표저작 <국부론>에서 분업의 경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사람이 철사를 잡아 당기고, 둘째 사람이 철사를 곧게 펴며, 셋째 사람이 철사를 끊고, 넷째 사람이 끝을 뾰족하게 갈며, 다섯째 사람이 머리를 만들기 위해서 끝을 두들겨 부친다. … 나는 10명만이 고용되어 그 중 몇 명은 끊임없이 두 세 개의 서로 다른 작업만을 하고 있는 조그만 공장을 본 일이 있다. 그들은 매우 빈곤하였고 따라서 변변치 않은 기계를 갖추고 있었지만 힘써 일할 때 하루 약 12파운드의 바늘을 만들 수 있었다. 1파운드는 중간 크기의 바늘 4,000개 이상이 된다… 그러나 그들이 독립적으로 일한다면.. 1인당 하루 20개 조차도 만들지 못할 것이며 어쩌면 1개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20세기 초 헨리 포드의 자동차 공장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시 포드는 모든 자동차가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작되어 가격도 매우 비쌀뿐더러 제작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려 고객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최초로 공장에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고 자동차 공정을 7,882 가지로 분리하여 한 사람이 한 부분의 공정만을 담당하게 됐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생산된 모델T 는 1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 자동차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II. 국가간 무역의존성
위에서 개인의 장점과 분업의 원리를 통해 생산성이 놀랍게도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것은 사례를 설명하기 위하여 다른 조건들은 배재 하고 단순한 모델을 통해 설명한 것인데 이것은 오늘날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1. 무역의 사례에서 볼 때 오늘날 위와 같은 사례는 기본이 되어있다. 예를 들어 페루의 사탕수수와 중국의 대나무는 자국에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상호 교환을 통해 파이를 키울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자동차와 미국산 쇠고기도 상호간 저렴한 가격을 볼모로 교환을 시도했다.
2. 이와 같은 거래는 상품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서 노동력과 다른 재화와도 교환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미국은 화폐가치가 높고 동남아시아는 임금이 낮다. 따라서 미국의 적은 달러 가치로 동남아에서 인력을 수급하여 공장을 세우는 것도 같은 원리에서 이해할 수 있다.
3. 안보관점에서 좋은 사례는 일본으로 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은 오키나와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만큼 안보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그 결과 70~80년대 고도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은 유명한 사례이다. (이것은 한미관계가 논의될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의존성이 절대적으로 좋은 것 많은 아니다. ‘상호 의존’ 자체가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공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는 안보에 상당한 부분을 주한미군에게 ‘의존’ 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된다면 우리는 준비되지 못한 안보공백을 맞게 될 것이다. 이것은 농부가 목장주인을 통해서만 고기를 얻어먹고 있어서 고기생산을 전혀 안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목장주인이 고기를 그만 제공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농사만 짓던 농부는 뒤늦게 사육장비와 소들을 사야 했지만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현대사회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불확실성의 증대’ 를 꼽을 수 있다. 냉전시대 누구도 소련이 붕괴될 것을 예측하지 못하였고 불과 2년 전 주가가 2,000 포인트를 돌파하였을 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펀드에 가입하는 것을 유행으로 여겼었다. 마찬가지로 당장 내년과 내일의 일을 예측하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요즘 절대적인 의존은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자주국방”의 이론적 논리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참고문헌
1. N. Gregory Mankiw, Principles of Economics 4th edition, Thomson(2008)
2. A. Smith, 국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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