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패러다임의 관점에서 본 조직경영과
軍이 가지는 보수적 관점의 당위성
(PROPOSAL)
I. 서 론
비교적 긴 제목의 본 보고서에는 “국제정치”, “패러다임”, “조직경영”, “보수적” 등 관여도가 다소 낮아 보이는 키워드들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개념들은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고찰과제를 제시하지만 본 연구자는 그것들이 공유하는 가치의 교집합에 대한 일련의 흐름에 영감을 받아 간단하게나마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본 의견을 제시하게 되었다.
“패러다임”은 Thomas Kuhn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언급된 개념으로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틀(Frame)을 설명할 때 사용한다. “국제정치 패러다임”은 즉 국제정치(International Politics / Global Politics)의 관점에서 각 국가(강대국을 중심으로 한)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들을 말한다. 크게는 오늘날 국제관계의 주류이론인 현실주의(Realism)와 그에 반(反)하는 이론인 이상주의(Idealism), 자유주의(Liberalism) 그리고 제 3의 이론인 구성주의(Constructivism), 마르크시즘(Marxism), 구조주의(Structuralism) 등이 오늘날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주요 관점으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대안적 이론들을 제외하고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는 세계관을 이해하는 주요 패러다임으로 양분되고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이분법적인 관점의 차이가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뿐만 아니라 개인적 관계(Personal Relation) 혹은 집단적 관계(Group Relation)등 다양한 관계들의 계층(Layers of Relations)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즉 사상적 뿌리를 올라가서 볼 때 이상주의는 모든 인간의 이성은 양심과 윤리를 강조한다는 성선설(性善說)의 이론을 근저에 두고 있으며 현실주의는 인간의 감성, 투쟁 등을 본능으로 인식하는 성악설(性惡說)을 바탕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국가-조직-개인으로 축소되는 연구대상의 흐름을 타고 병행하는 두 가지 큰 흐름은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조직관계, 개인적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가설을 유추할 수 있게 하였고, 이러한 이념적 차이가 수십만 명이 십 수개의 계층을 거치며 철저히 분권화된 집단인 軍에서 어떻게 발현하는가가 의문시되었다. 그리고 그렇다면 군 조직 내에도 이상주의-자유주의(성선설)와 현실주의(성악설)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구분되어 있을 것인데 과연 어떠한 사상이 조직의 목표에 더 적합한지 탐색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본 보고서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성선설과 성악설의 수세적(defensive)태도와 공세적(offensive)자세가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뿌리와도 공유되는 바, 현재 국제관계이론의 주류가 현실주의인 것처럼 軍 조직 내부의 주류적 태도도 보수주의인지 또한 그렇다면 왜 軍 조직은 보수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소고해보고자 한다.
II. Hobbes vs Roussau
오늘날 국제정치의 두 주류인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사상적 근원을 찾는 행동은 고대 그리스로까지 올라갈 수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들의 저작에서도 인간본성과 관계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으나 본격적인 근대적 논의는 토머스 홉스와 장자크 루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홉스는 자연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Every man against Every man) 상태로 보았고 이러한 상태에서 사회의 자연권 확보를 위하여 강력한 국가권력이 발생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이후 -결과적으로는 다르게 되었지만- 존 로크(John Locke)의 인식론이나 이마누엘 칸트(Emmanuel Kant)의 계몽주의에 영향을 미친 사회계약론이 되었다. 홉스의 이러한 세계관은 오늘날 개별 국가들은 희소한 자원을 두고 경쟁적이며 이기적이라는 현실주의 이론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장 자크 루소는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는 자유롭고 행복하였으나 자신이 만든 사회제도나 문화에 의하여 자유롭고 불행하며 사악한 존재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평생을 ‘인간 회복’이라는 주제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자연 상태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는 홉스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는데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가장 자유스럽다는 이상주의적 세계관의 근거를 주장하였다.
한편 이러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적 사고는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의 가치관을 관통하고 있는데 맹자(孟子)와 순자(荀子)가 이의 대표적인 철학자이다. 비록 시대가 다르고 물리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국제관계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이라는 대상의 차이일 뿐 인간정신의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에 이 두 가지 관점의 차이는 이후 수많은 가치 패러다임의 기준이 되었다. 특징적인 사례를 들자면 성악설과 현실주의 이론은 상당히 공세적(offensive)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실문제에 대한 비판적(negative)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광의적 개념으로서의 진보주의 이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성선설과 이상주의 이론은 수세적(defensive)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역시 기존의 가치관을 긍정(positive)하고 이것을 보존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주의(conservatism) 이론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국제관계의 관점에서 전자는 계몽주의, 후자는 자유주의의 흐름을 다수 계승한 흔적이 있는데 이것은 오늘날 경제적 관점에서 진보주의와 보수주의가 신사회주의(Neo-socialism)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오늘날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매우 크게 그 의미가 왜곡되어 아전인수되는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좌파와 우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친북과 반북, 친미와 반미, 친일과 반일 등 역사적 특수성과 이념적 이질성으로 매우 대립적인 위치에 놓여있는 현실에 있다. 이렇게 왜곡된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적 가치를 내재한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와 과연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또한 국가안보 최후의 보루인 軍은 어떠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III. 국제정치와 조직정치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정치의 주요의제는 국가 간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과 이익의 재분배(Benefit Allocation)를 삼고 있는데 이러한 정치활동은 그 규모의 증감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별 국가와 국가 간 분쟁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지역-지역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지역적 구분도 비단 지리적 차이 뿐 만 아니라 문화적, 종교적, 경제적 차이에 따른 집단개념으로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다. 이것은 흔히 국가-국가의 관계로 설명되는 외교(外交) 문제의 범위가 확장된 사례에 해당하며 이의 반대되는 경우도 동일하게 설명할 수 있다. 하나의 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지역적 갈등, 공동의 시장(Common market)을 두고 분쟁하는 기업과 기업의 갈등, 기업 안에서도 부서별 이익을 위해 분쟁하는 조직 대 조직의 갈등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조직내부에서도 궁극적으로는 조직을 구성하는 조직 구성원들 개인 대 개인의 갈등까지 미시화(micronization)될 수 있는 갈등구조가 존재한다. 결국 개인-조직-지역-국가-국제로 갈등의 규모는 커져도 그에 따른 갈등관계의 구조는 같은 형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정치 패러다임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는 국제관계 뿐만 아니라 집단관계, 조직관계, 개인관계의 문제들도 어느 정도 분석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귀납적인 추론을 통해 각각의 가치들이 가지는 문제들의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IV. 軍의 보수성의 당위성
사물에 대한 수세적(defensive) 관점과 공세적(offensive) 관점으로 이분(二分) 한다는 점에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뿌리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뿌리와도 그 영역을 공유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보수주의(우파)와 진보주의(좌파)는 기본적으로 -성선설, 성악설과 마찬가지로- 성격이나 취향과 같이 개인적인 특성(차이)에 귀인 한 것으로서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는 것을 평가할 수 없는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보수적 혹은 진보적으로 개인차가 발생한다 하여도 구조적으로는 軍 조직이 보수적 자세를 견지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책실패의 위험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과학분야-특히 경제ㆍ경영학에서- ‘보수적’ 과 ‘진보적’을 구분하는 기준은 위험도(Risk)를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관리자-혹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Risk 와 Return은 정비례관계이므로 개인적 성향에 따라 일반적으로 고위험-고성과를 추구하는 사람을 ‘진보적’이라 하고 저위험-저성과를 추구하는 사람을 ‘보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High Risk이건 Low Risk이건 개인의 행동은 개인의 손실과 피해로 단락지을 수 있다. 기업의 경우에도 투자실패의 경우 개인과 조직의 피해로 귀결되고 심지어 국가의 정책실패에도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지불하면 그 책임을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軍 은 그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바로 軍은 ‘안보(安保)’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집단이며 이것은 High risk나 Low Risk의 문제가 아닌 NO RISK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보’의 부재는 개인적 손실이나 조직적 피해가 아닌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이다. 안보는 +1이나 -1등 계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한순간의 실수로도 모든 것을 제로로 만들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안보가 가지는 특징이며 이것이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을 수성(守成)해야 하는 당위성인 것이다.
V. 결 론
세상에는 다양한 ‘다름’과 ‘차이’가 존재한다. 남과 여,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생머리와 곱슬머리,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 외향적인 성격과 내성적인 성격 등 태생적으로 주어지는 차이가 있다. 후천적 사회화를 통해 발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낙천주의와 비관주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등 가치의 차이(Difference of Values)도 사람들 마다 이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개인차”라 하며 인권사회로 오면서 어떠한 소수의 개인차라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근세에 이르러 널리 퍼지게 되었다. 비록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그 본래 의미가 많이 왜곡 되었다고는 하지만 본래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차이도 개인차에 불과하였다. 아니 오히려 좌파와 우파의 차이는 좌석구분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양측 이념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이념을 惡의 수준으로 폄하하기도 하는 등 자신의 ‘이념의 확산’을 위해 전에 없는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교육계, 문화계, 정치계, 경제계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진보의 가치와 보수의 가치가 대립하는 오늘날의 사회이지만 이러한 논란이 軍 조직에서까지 확산하게 된다면 그것은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軍의 궁극적 가치인 ‘안보’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이익, 집단의 이익, 심지어 국가이익까지도 오늘날 대부분 경제논리로 귀결된다. 경제적 공백은 경제적 피해로 충당할 수 있으나 안보적 공백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복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안보의 경계선은 작은 균열이 생기는 일순간에 붕괴될 수 있으며 안보의 붕괴는 곧 국가와 민족의 존재가치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보’의 가치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 초이념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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