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한국의 국방전략 방향
I. 서 론
오늘날 외교·정치·경제·문화 등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상호의존성을 높여가며 각 개념들의 한계적 벽을 무너뜨리며 서로의 교집합을 넓혀가고 있다. 더욱이 산업화 이후 부(富)가 세계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되면서 전통적 개념으로서의 안보개념마저 경제적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이제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인 한국의 안보상황은 국내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안보 리스크가 곧 경제 리스크’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상황은 다른 그 어떤 나라보다 그 중요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좁은 땅덩어리, 부족한 천연자원, 지정학적 위치 등 수많은 불비한 여건 속에서 미래세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보전략의 절대적인 패러다임 전환(Paradime shift)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볼 수 있다. 한국의 안보상황은 크게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문제의 포커스가 다루어지는데 사실상 이 두 개의 가치가 가지는 중요성이 다른 거의 모든 외교문제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음에 이 두 가지 문제의 미래전략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고찰함으로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II. 통일이후 안보환경의 변화
1. 미국패권의 몰락 - 新다극화 시대의 도래
냉전이후 지금까지 절대적인 패권을 누리던 미국의 파워는 오늘날 심대한 위기에 빠져있으며 앞으로도 그 속도가 가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경찰’의 역할을 자부하며 전 세계 국방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군사력을 유지한 가장 큰 힘이었던 ‘경제력’의 몰락이 그 원인이라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브렌턴우즈체제 이후 세계 기축체제로서 독점적인 우위를 가졌던 달러는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모순들의 누적으로 인해 지난 2008년 Lehman Brothers社의 파산을 시작으로 처참한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2기에 걸친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의 집권동안 실시한 이라크전은 군사적으로는 성공적일지 몰라도 미국인들의 개인부채는 GDP대비 355%에 이르는 천문학적 비용으로 증가하였고 여러 윤리·사회적인 문제들로 인하여 미국의 소프트파워 역시 심대한 위협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범세계적 패러다임의 재편분위기하에서 ‘질서’로 대표되는 ‘국가안보’의 변화는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미국중심의 헤게모니는 점차 양극화 혹은 다극화 될 것이며 경제력·문화공동체·종교와 이념에 따라 전통적 국가개념을 초월한 새로운 권력집단이 대두될 가능성도 높다. 가장 근접한 시나리오로는 중국·EU·러시아 등 새로운 지역구도를 바탕으로 한 다극체제의 부활을 예측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BRICS, OPEC, APEC, OCED, G7등 경제권을 바탕으로 한 권력집단의 대두, 국적을 초월한 다국적기업·NGO·종교공동체 등을 바탕으로 한 집단적 갈등을 바탕으로 한 세계정치체제가 도래할 수도 있다.
2. 중국의 부상과 신극동시대의 안보질서변화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 중 단연 가장 현실적인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의 부상을 바탕으로 한 신신냉전(Post-post cold war) 시대의 도래일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 이후 매년 10%이상의 증가율을 보여 최근 마이너스에 이른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력은 군사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또한 명암을 보이고 있다. 군비지출액에 있어서 아직 미국과 중국은 5328억$ 대 500억$의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병력규모와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는 미국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이르기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중국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2025년에 이르면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이것은 가히 Fukuyama가 말했던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이라 일컬어도 될 만큼의 새로운 세계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일대 사건이라 할 만할 것이다. 그렇다면 15년 이후부터는 지금 태평양을 건너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의 경제·안보·정치의 패러다임이 아시아로 그 무게중심의 축이 이동한다는 것인데 그 이후의 세계질서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질서로 변화할 것이다.
3. 세계화와 세계정치의 다양화
한편 신자유주의 경제의 검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간의 상호의존성과 자유무역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그것은 점차 가속화 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속도의 영향에 따른 세계화에 따른 것인데 이러한 경향은 가까운 미래에 국토와 혈통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개념의 국가개념을 희석시키고 제 3의 조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이미 새무얼 헌팅턴은 종교를 바탕으로 한 문명의 충돌을 예측하였고 앨빈 토플러는 NGO와 네트워크 집단의 정치세력화를 예측하였다. 실제로 오늘날 더 이상 국가대 국가(G2G)로서의 관계는 뉴스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국제테러조직, 초국적기업, 네티즌 블로거 등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들이 사회문화적으로 깊게 국제정치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II. 안보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전략의 변화
1. 안보패러다임의 다각화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만약 과거의 패러다임을 고수한다면 그 국가는 시대의 흐름에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국가안보(National Defence)라는 것은 국민과 국토의 안전을 볼모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가치이므로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는 것이 생존의 가장 빠른 길임을 통감해야만 한다. 하지만 근대이후 한국의 안보패러다임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성을 위시한 “반공” 상황과 이에 대한 필요급부로서의 “한미동맹”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었고 벗어나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소 탈냉전과 같이 남-북의 대립구도도 점점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중심의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과거의 안보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의 안보프로세스가 대북관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과연 통일 이후 안보정세에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고 미국에 대한 높은 경제·군사적 의존성이 만약 그들과의 동맹관계가 소원하여 지거나 다른 우발적 상황에 연루 되었을 때 과연 자력으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자주국방의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세계 제일의 인구를 가진 나라와 세계 제일의 영토와 자원을 가진 나라 그리고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의 정 가운데에서 좁은 영토와 부족한 천연자원 그리고 아직도 선진국의 경제정책에 의존하는 열악한 조건 속에 있는 불비한 상황이다. 이렇게 국경을 맞닿은 군사·안보·경제에 있어 잠재적 위협이 충분한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북한과의 군비경쟁-미국에 대한 의존만 가지고는 다른 잠재위협국과 세계문제에 대한 대처가 미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동맹외교의 패러다임 전환
하지만 높은 안보리스크와 부존한 경제상황이라는 모순적인 문제들에 대한 가장 유효한 대책역시 외교안보라는 점은 자명하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미국에 의한 안보우산으로 인해 남한의 경제성장이 큰 탄력을 받은 점과 2차 대전 이후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으로 인해 일본의 경제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점도 이러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이점을 잘 살린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 환경은 지난 세기와 다르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뚜렷한 양극체제 구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위협의 실체들도 아메바형 조직과 같이 형태도 규모도 국적도 정의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다각화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국제정세는 크게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예측해 볼 수 있는데 ①중국과 미국을 필두로 한 신 양극체제 ②지역과 문화(종교)등을 중심으로 한 국제다극체제 ③중국 혹은 미국 등 단극체제하 테러리즘과 안티테러리즘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체제 가 가장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던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동맹외교 패러다임은 유럽이나 다른 자본주의 사회뿐만 아니라 공산국가인 중국, 다른 종교권인 아랍, 지구 반대쪽에 있는 남미지역 등으로 까지 공조의 폭을 확대하여야만 한다는 결론에 귀결할 수 있다. 이렇게 국제공조와 상호의존이 더욱 가속화 된다면 세계정부(World Government)까지는 아닐지라도 범지구적인 정치패러다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동시에 개별 이익집단들의 독자 세력화와 합종연횡, 세계패권을 위한 분쟁 등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3. 국방정책의 전환
이와 같은 이유로 현재 북한을 중심으로 한 상황기반의 국방정책을 실시한 한국의 국방정책은 능력기반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김정일 사후 벌어질 북한의 소요와 이를 둘러싼 중국의 안정화 작전과 동북공정,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에너지안보를 통해 유럽을 통치하려는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극동아시아에서는 수많은 분쟁이 예상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커들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전은 이미 지리적 국경의 경계와 한계를 허물어 버렸고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테러리즘과 권력에 저항하는 정부와 국제NGO와의 갈등도 재래식 대칭무기전력을 중심으로 전개된 국방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국방전략이 대북대응태세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통일이후의 국방정책은 다수의 실체가 없는 잠재적 적들을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도 강력한 능력기반의 군을 설계하는 형태로 전환해야만 할 것이다.
IV. 미래안보환경이 요구하는 능력
1. 외교패러다임의 변화
미래안보환경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더욱 세계적인 공조를 공고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가진 국가에 동조하는 국가들과 그에 반(反)하는 국가들의 합종연횡으로 범세계적 질서 하에 각종 분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러한 분쟁의 주체는 오늘날보다 훨씬 더 다양화되고 지능화(smarter) 될 것이다. 세계화(globalization)의 반대급부로서 민족주의자들이 대두될 수 있으며 강대국 위주의 질서는 새로운 양극체제 혹은 다극체제로의 재편을 강요할 수 있다. 한반도 상황에 있어서 북핵을 중심으로 한 남북갈등은 해소될 수 있으나 동북공정과 세계패권을 열망하는 중국과 이에 맞서 각종 영토분쟁과 UN상임위 진출을 통해 다시금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일본의 야욕은 통일이후 가장 먼저 맞닿을 갈등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구중심의 동맹우산을 강화하는 것은 양극체제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정치적 문제는 구분해서 해결하는 관점이 지속적으로 유시되어야 하며 그 가운데서 각각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2. 국방패러다임의 변화
한편 국방정책에 있어서도 국방개혁2020의 계획에 맞추어 능력기반의 첨단군으로의 전환을 내실 있게 준비함으로서 더욱 더 다양화 된 적들의 안보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보의 패러다임이 군사안보 외에도 경제안보, 외교안보, 에너지안보 등 다양한 형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군사비를 중심으로 한 양적 발전은 지양하고 비용대비 고효율 최적화된 형태로의 변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V. 결 론
분단 이후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었으며 반공상황에 대한 안보우산은 주한미군에 절대적으로 의지하여 왔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남북분단과 휴전상태라는 한반도의 특수성에 귀인한 것이었으나 반면 이러한 안보체제는 통일이후의 전략에 대해서는 전무한 형태였다. 김정일의 체제 붕괴가 몇 년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있어서 통일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의 안보상황에 대한 준비가 늦어질 수록 미래에 맞닿을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해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패권경쟁·영토분쟁은 통일이후 가장 큰 위협중 주요한 것이 될 것이며 그 외에도 국제테러조직으로 부터의 테러활동, 초국적기업으로 부터의 경제안보, 극렬 민족주의자들의 국제분쟁과 종교분쟁, 가치관을 달리하는 시민단체들의 이권분쟁 등 우리가 직면할 안보패러다임은 더욱더 빠르게 다양화 될 것이다. 따라서 통일이후 한반도의 안보패러다임은 미시적으로는 국경을 맞닿은 중국·일본·러시아 등과의 갈등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외교적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고 거시적으로는 범지구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적 능력을 구비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방전략에 있어서도 병력과 군사비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서 탈피하여 능력과 상황대처를 중심으로 한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하여야 하며 그러한 내용이 핵심이 된 국방개혁 2020은 차질 없이 집행되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현 정부에 들어와서 각종 정치논리로 인해 더욱 가속화 되어야할 국방개혁2020이 정체되거나 수정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미래의 평화를 현재의 안위와 교환하려는 우매한 정책결정으로 볼 수 있다. Joseph Nye는 국가의 권력을 크게 군사력·경제력·문화력(Soft Power)으로 구분하였는데 이러한 트라이앵글의 조화를 벗어나 경제 패러다임에만 집중해서는 국가정책의 기형적 변형을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일랜드의 국가부도는 전쟁이 아닌 환율하락에 의해 발생한 것을 상기하며 우리나라의 통일이후 안보패러다임의 발전을 위하여 정책개발뿐만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지원이 밑받침이 되었을 때 미래안보환경에서도 도태되지 않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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