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때 밥을 먹으러 학교 식당에 갔다. 밥을 먹으러 온 수많은 학생들 사이로 혼자 밥을 드시는 아저씨가 보였다. 요새 우리 학교에 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였다. 세련미를 뽐내는 여대생들 사이에서 혼자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앉아 있으려니 눈에 들어올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이 조금 안타까워서 밥을 타서 그 아저씨 앞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를 하니 아저씨께서는 조금 놀라며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시더니 이내 목례만 하고 다시 먹던 밥을 먹으셨다. 내가 보기에는 아마 대학생들의 이런 친절에 당황하신 모습이였다. 그분도 우리와 같은 시절을 보내고 수많은 인생의 역경을 통해 오늘 이모습에 까지 이르렀는데 학생들은 그 땀의 흔적인 외모를 보곤 자기들의 아버지와도 같은 그 아저씨를 무시한다. 말없이 먹는 식사가 계속되면서 옆으로 지나가는 여학생들, 그들이 명품이라고 믿는 핸드백속에 들어있는 돈이라는 알량한 자존심만이 자기들을 인정하는 것인줄 알고, 마치 자기가 다른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거만한 표정속에 옆을 지나가지만, 그들에게는 인생의 고뇌도 고민의 흔적도 없는 한명의 철없는 여대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땀의 의미도 모르고, 삶의 고뇌도 모르는 흙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자란 학생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기 까지 하였다. 아저씨는 나보다 먼저 밥을 드시고 계셨기 때문에 먼저 식사를 마치셨다. 하지만 아저씨는 자리에 일어나지 않으셨다. 비록 쑥쓰러워서 인사한마디, 말 한마디 하시지 못했지만, 늦게 온 내가 나 먹을때까지 바쁜시간을 쪼개 기다려준것이 그 아저씨가 할수있는 고맙다는 표현의 전부인듯 싶었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먹고 우리둘은 같이 식기를 버리러 일어났다. (2003. 10. 14) |
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학교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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